일드<장미 없는 꽃집>, 상처입은 자들의 아름다운 치유법 물 건너 드라마 보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 중 하나인 '장미 없는 꽃집' 상처입은 자들의 40분짜리 상처 치유법)


꽃집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꽃은 무엇일까. 확실한 통계는 없다. 하지만 십중팔구가 떠올리는 꽃이 있을 것이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장미 이외의 꽃은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만큼 장미라는 꽃은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이런저런 자리에 빠지지 않고 선물되는 단골손님이니까. 그런데 장미가 없는 꽃집이라니. 장미 없는 꽃집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쨌든 그런 꽃집이 여기 있다. 이 ‘장미 없는 꽃집’은 홀로 딸을 키우며 살아가는 한 남자와 그 주변 사람들의 온기에 대한 이야기이다.

(에이지와 시즈쿠. 아버지와 딸. 온기로 이어진 붉지 않는 핏줄.)


이 드라마는 ‘장미 없는 꽃집’이라는 제목에서 시작하고 끝나는 작품이다. 주인공은 에이지는 상냥하지만 비밀을 가진 남자고, 딸인 시즈쿠는 어머니의 목숨으로 태어났다는 일종의 죄책감 아닌 죄책감을 지니고 있다. 지나치게 어른스러워야 하고, 에이지 만큼 고통을 안고 사는 인물이다. 거기에 이 평온함에 파도를 일으키는 미오 역시 자신에게는 물론 남에게도 딱딱하고 냉정한 여자지만 상처를 가진 인물. 어지간한 조연들을 제외하고는, 다들 웃고 있지만, 저마다 아직 딱지가 내려앉지 않은 시린 상처를 가진 인물들이다.



손가락을 꾸욱 눌러주세요~ 로그인 없어도 가능합니다.

(웃음을 잃었던 그녀가 웃을 수 있다는 것은. 이것은 타인이라는 이름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이 드라마가 특이한 점은, 다른 드라마라면 좀 더 끌고 갔을 반전을 처음부터 터트린다는 것이다. 사실 이 드라마 장르 자체가 무슨 미스테리물도 아니고 납득할 만 하지만, 조금 더 늦게 터트렸다면 더 긴장감이 있는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몇 번을 보면서 처음부터 반전이 터지지 않았다면 인물들이 서로 치유하는 모습이 되려 퇴색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또 다른 반전도 있고, 나름 치밀하게 계산 되었구나, 무릎을 치며 보기도 했다.

작가인 노지마 신지는 일본 드라마계에서 톱클래스 작가이다. 90년대 일본 드라마는 노지마 신지라는 이름을 빼면 안 될 정도로 대단한 작품들을 연신 뽑아낸 장본인. 단순한 로맨스, 가족물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사회파 드라마. 그것도 단순한 잽이 아닌 스트레이트로 문제를 제기하는 무거운 작품들도 많았다. 인간실격이나 립스틱, 고교교사등등 주옥같은 작품들이 모두 그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프라이드>에 이어 <장미 없는 꽃집>까지. 노지마 신지 작품에 두 번이나 히로인을 맡은 배우 다케우치 유코)


물론 2000년대 들어서 노지마 신지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다. 그럴싸한 대표작으로 뽑을만한 작품이라 봐야 ‘프라이드’ 정도인데, 이 프라이드라는 작품은 그저 그런 로맨스물 이상은 가지 못하는 작품이다. 단지 최고의 스타였던 기무라 타쿠야를 기용해서 일종의 기무라 효과를 얻은 드라마였을 뿐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만큼 단조로웠고 어떻게 기무라 타쿠야를 멋있게 만드느냐가 관건이었던 드라마였다. 그 이외의 작품들은 다들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시청률이 기대 이하였던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 ‘장미 없는 꽃집’이라는 작품은 단연 2000년대 노지마 신지의 대표작이라고 할 만하다. 각 인물들이 가진 개성의 영역을 확실히 만들었고 반전이라는 요소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굉장히 촘촘한 구조의 작품으로 만들어냈다. 주연은 주연대로, 조연은 조연대로 각자가 가진 이야기, 그리고 매력이 충분이 드러났고, 그로인해 시청률 역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추락하던 게츠구에 인공호흡을 해준 작품으로 평가받을 정도였다.(물론 이후 게츠구는 다시 최악의 시청율로 돌아서게 된다.)

주인공인 카토리 싱고, 그 ‘서유기’에서 우끼거렸던 인물이 이렇게 진지한 연기를 잘할 거라 생각했던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타케우치 유코는 지나치게 아름다웠고, 나머지 인물들도 그들의 커리어 작품 중 가장 빛나는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다. 속도감 있는 작품만 선호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충분히 즐겁게 볼 수 있는 드라마. 참고로 2011,2012년 이렇게 2년 연속으로 DC INSIDE 일본드라마 갤러리 개념·추천·인기 드라마 투표 1위에 오른 작품이다.

관련 포스팅

일드 <장미없는 꽃집> 더빙판으로 JTBC방영 <-클릭
JTBC 장미없는 꽃집 더빙판, 더빙과 편집,과연 어땠나. <-클릭


[정공,
shadowpitching@gmail.com]
[ⓒ정공의 활자로 읽는 야구.(
pitching@egloo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위 글에 공감하셨다면 view on을 눌러 주세요.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제 블로그가 마음에 드신다면구독+를 눌러주세요.
 


덧글

  • 대건 2012/07/06 19:08 #

    저도 뒤늦게 추천 받아서 보면서 눈물 좀 흘렸지요. ^^
  • 정공 2012/07/06 19:13 #

    굉장히 아름다운 드라마라서 울컥거리며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다케우치 유코를 좋아해서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땐 SMAP은 기무라 타쿠야나 쿠사나기 츠요시 정도만 알았는데 카토리 싱고도 연기를 잘하는구나, 정말 애수에 찬 연기다
    놀랐었는데, 그가 과거에 한 드라마나 여장하고 마요네즈를 빨아먹는 캐릭터로 히트를 쳤다는 걸 알고 기절할 뻔 했지요.
    어쨌든 참 좋은 드라마인 것 같습니다. 일본 드라마중에서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
  • fridia 2012/07/06 23:44 #

    하~ 진짜 명작중의 하나이지요. 개인적으로 전 프라이드에서의 유코짱보다 장미없는 꽃집에서의 그녀가 마음에 확~와닿았다는...

    그나저나 확실히 노지마 신지의 작품은 GOLD 이전과 이후로 평가가 확 갈라지더군요. GOLD 이전의 작품까지는 참 좋았는데 말입니다...ㅠㅠ
  • 정공 2012/07/07 00:02 #

    프라이드에서는 좀 평면적인 캐릭터라서 공감도 안가고... 참 이쁘긴 이뻤는데 매력이 없었달까요.
    그냥 기무라 타쿠야를 위한 드라마였다, 이정도로밖에 느낌이 없네요.

    근데 저는 GOLD는 꽤 재밌게 봤습니다. 좀 무리한 막장 스토리가 들어서 그렇지, 아마미 유키나 마사미 테라지마 스스무, 나가사와 마사미 캐릭터가 재밌어서 꽤 쏠쏠히 봤습니다. 뭐 평가도 안좋고 시청율도 기대 이하였지만...
    되려 그 중간에 러브셔플(중반까지는 재밌었는데 막바지에 어이없는 진행과 결말때문에;;)이나 최근작 이상의 아이는
    기대가 크면 얼마나 배반당할 수있는지 몸소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 마가리타 2012/07/07 00:56 #

    런치의 여왕 때부터 팬이라 무작정 봤다가 반한 드라마네요.
    이 드라마 OST도 정말 좋아요, 너무 좋아서 소장하고 있다는ㅋㅋ
  • 정공 2012/07/07 12:12 #

    아마 런치의 여왕도 그렇고 장미 없는 꽃집 OST도 요시마타 료 작품으로 기억합니다. 'depression of the director'라는 곡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그게 우리나라 드라마 '개인의 취향'에도 쓰였죠. 어, 익숙한 음악인데 싶었는데 딱 그곡이더라구요. 요시마타 료의 OST는 정말 버릴게 없는 것 같아요.
  • 서주 2012/07/07 12:53 #

    저도 참 좋아하는 드라마예요.
    아무 사전 정보 없이 보기 시작했는데 참 운이 좋았구나 싶더라구요ㅎㅎ
    작년에 봤는데도 꽃집에 처음 들어서는 소경인 유코의 모습이나 그녀를 맞던 싱고나.. 다 눈에 선하네요
    분위기도 다 생각나고..
    바 주인의 안타까운 헛발질 연애도;;;
    요리 못 하는 할머니와 곁의 싱고 딸도..
    이렇게 다시 떠올려보니 참 좋아요 잘 읽고 갑니다^^
  • 정공 2012/07/07 13:02 #

    그래도 해피엔딩이라서 다행이었던 것 같아요. 오밀조밀 따뜻한 기분이랄까요... 그래서 종종 다시 보고 그러는듯.
    바 주인역인 테라지마 스스무를 좋아해서 아, 이 형님이 이런 귀여운(?) 역할도 하시는구나 싶더라구요
  • 우리 2012/07/12 10:35 # 삭제

    카토리 싱고를 좋아해서 보게 된 드라마였죠.
    잔잔한 드라마를 좋아했는데, 정말 유감없이 잔잔하고 따뜻한 드라마예요.
    바보스러울 만큼 착한 에이지로 인해 인간에 대한 그 착함이 주위로 퍼져 나가는,,,
    일본의 전형적 드라마스타일이예요.
    '사람에게 친절해' 직역해서 좀 이상한데...히또니 야사시쿠라는 드라마에서 싱고는
    완전 시끄럽고 시끄러운 역할이었는데, 장미없는 꽃집에서는 새로운 모습의 싱고를 볼 수 있죠.
  • 정공 2012/07/12 10:57 #

    전 카토리 싱고 두번째로 접하는 작품이었습니다.
    다만 처음 접했던 서유기는... 한두편 채널 돌리면서 봐서 그 손오공이 카토리 싱고인지 몰랐다는;;
    그래서 장미없는 꽃집에 나오는 이미지인줄 알았다가... 싱고마마나 스마스마에서 나오는 캐릭터를 접했을 때
    충격과 공포에 빠졌죠...ㅎㅎㅎ
    이런 종류의 가족물?... 이런 종류의 다른 일본 드라마는 조금 쉽게 가려는 경향이 강한데, 이 작품은 상당히
    오밀조밀 긴장감을 주며 전개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약간의 뻔한 구조에서 벗어난 점이 좋아요.
    가장 좋아하는 일드입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다음뷰2


정공의 활자로 읽는 야구2

통계 위젯 (블랙)

08
51
632905

이 이글루를 링크한 사람 (블랙)

60

일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