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의 승패는 선수들의 손에서 나오는 것이 정상이다. 투수의 볼을 믿고 타자의 방망이를 믿고 유니폼을 흙투성이로 만들 만큼 몸을 날려서 공을 잡는, 이런 모습에서 팬들은 긴장을 하고 전율을 느낀다. 어제 목동경기 역시 그런 열광의 한가운데였다. 하지만 거기에 불쾌한 조미료가 첨가됐다. 바로 심판의 판정이었다.
넥센이나 기아 모두 이 게임을 세상의 마지막 게임이 된 것처럼 열심히 뛰었다. 팬들 역시 발을 동동 구르고 적시타에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경기에 집중했다. 모두가 플레이 하나 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아니 세우는 듯 했다. 하지만 가장 경기에 집중해야할 사람, 다름 아닌 심판은 예외였다. 100프로의 재미를 99프로의 불쾌함으로 바꾼 장면들이 속출했다.
경기는 내야의 심판들이 지배했다. 1루심이 오심의 물꼬를 텄다. 1사 2·3루 상황에서 최희섭이 친 타구를 3루수 유재신이 잡았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송구가 높았고 그 공을 잡아내기 위해 1루수 박병호의 발이 베이스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아웃이었다. 점수로 이어질 수 없는 상황이긴 했으나 아쉬운 장면일 수밖에 없었다. 3루심 역시 이런 오심의 릴레이에서 빠지지 않았다. 내야는 선수들의 성토의 장이 됐고, 그라운드와 관중석의 평균온도와 혈압을 기하급수적으로 올리는 장면들이었다. 선수들이 슬라이딩을 하고 그라운드에 나뒹굴어도 모든 결과는 심판의 손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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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양반! 아웃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요. 서건창의 아웃에 거세게 항의하는 김시진 감독. -사진: 넥센 히어로즈)
서건창은 볼넷으로 1루에 나간 후, 도루로 2루를 훔치고 박지훈의 폭투를 틈타 다시 3루까지 훔쳤다. 이범호의 태그보다 서건창의 발이 먼저 베이스에 닿았다. 하지만 심판의 손은 양손을 곧게 펴서 세이프 모션을 취하는 것이 아닌, 한 손을 들어 주먹을 쥐었다. 아웃판정이었다. 김시진 감독이 직접 항의했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다. 이 장면도 아쉬웠지만 그 다음 장면은 더욱 씁쓸하게 만들었다. 뒤이어 이택근의 안타가 터진 것.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기회가 순식간에 날아간 것이다. 그것도 선수의 실수가 아닌 심판의 실수로 말이다. 뒤이어 2루심의 오심이 이어졌고, 그라운드나 관람석이나 황당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요즘 부쩍 눈에 띄는 오심이 많아졌다. 문제는 그런 오심이 경기를 지배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오심으로 순식간에 패전투수가 되어버리는 경우도, 아예 경기가 끝난 줄 알고 퇴장하는 선수들을 다시 그라운드로 불러 모으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물론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용기 있게 다시 정정한 심판들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다음번에 보상심판 해주면 되지’ 이런 마인드로 임하는 것은 프로리그의 프로심판으로서 삼진아웃을 먹을 행동이다.
심판은 신이 아니다. 그렇기에 모든 판정이 자로 잰 듯 완벽할 수 없기도 하다. 반대로 자신의 판단 하나에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무서운 권한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오심은 이긴 팀이나 진 팀이나 찝찝함만 남기는 일. 왜 승리를 기뻐하지 못하고 찝찝해야 하는지, 왜 이길 수 있던 경기에서 패배의 짐을 껴안아야 하는지.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경기장으로 발걸음을 한 팬들에게 무더위보다 더한 짜증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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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그래도 참 공평하게 넥센과 기아 두 팀의 팬들 모두가 분통을 터뜨릴만한 오심을 펼쳐줘서
'너넨 오심 때문에 이겼어'가 아닌 '오늘 심판 엿같네'라는 분위기가 형성된건 다행일까요...ㅋ
개인적으로는 박병호가 부담감을 이겨내고 끝내기를 쳐줘서 기쁩니다. 이택근이 중요할 때마다 팀을 다잡아줘서 기쁘고요.
박병호의 끝내기도 인상 깊었지만 저는 강정호의 수비가 더 눈에 들어오더군요.
예전에는 에러도 좀 있고 수비 범위나 센스에 대해 아쉬운 점이 많았는데, 올해는 확실히 범위도 넓어지고
타격보다 더 눈길이 갈 정도로 수비가 좋더군요. 예전엔 투박했다면, 지금은 좀 더 세련됐다고 해야하나 싶습니다.
케이즈님 말대로 공평(?)하게 오심이 왔다갔다 해서 괜시리 팬들간에 다툼이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라고 봅니다.
내야안타-번트-도루-희플로 홈승부 같은건 심판들이 무서워서;;;.
과정은 오심으로 개판, 결과는 깔끔;;;
이건 뭐 공평한 오심을 약속드립니다도 아니고 말입니다 ;ㅂ;...
심판들이 내야를 지배하는 화끈한 모습!
심판도 심판 나름대로의 애로사항이 있겠지만, 말 그대로 심판이니 공정판 판정이 선행되어야 하겠지요.
박병호는 결혼도 하고 나름 마음의 안정을 찾은 것이 지금 활약의 바탕이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