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의 미? 마지막 등판에서 승리투수가 된 로페즈 - SK 와이번스

         (한국에서 마지막 등판? 데이브 부시로 교체될 로페즈가 마지막 등판을 승리로 마쳤다. -사진: SK 와이번스)


좋은 이별은 없다. 하지만 아름다운 끝은 있다. 한국무대에서 우승까지 맛봤던 로페즈가 한국을 떠난다. SK 와이번스는 이미 메이저 선발출신 데이브 부시와 계약을 맺었다. 로페즈에게는 이별선고인 셈.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마지막 경기를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결코 태업은 없었다. 롯데와의 승차는 1.5게임차. 이번 경기에서 SK가 패배하고 반대로 롯데가 승리했다면 순위는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어깨통증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역투라고 부를만했다. 6이닝동안 7피안타 3실점 사사구 1개, 84개의 공을 던지며 한국리그에 대한 인사를 마쳤다. 전반적으로 공이 높아 아쉬웠지만 구속은 140 중반까지 나오는 모습으로 '어깨통증만 없었더라면…'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끝은 끝. 나이도 나이고 어깨 문제 때문에 다시 한국땅을 밟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어느 정도 입증된 용병이기 때문에 혹시 외국인 선수 문제로 골치를 썩는 팀이 1~2년 사이에 선택할지도 모를 일이긴 하다.

시즌 전만 하더라도 처음으로 한국땅을 밟는 마리오에 비해 로페즈는 중간은 해줄 거라는 예상이 있었다. 물론 나이로 인한 노쇠화, 윈터리그를 뛴 탓에 체력문제가 있지 않을까 걱정은 존재했다. 그 때문에 KIA는 우승을 함께한 그를 놓아주었고, 로페즈는 SK 와이번스의 품에 안겼다. 반대로 KIA에 비해 수비가 좋은 SK라서 땅볼이 많은 로페즈로서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시범경기와 시즌 극초반만 하더라도 SK 수비효과가 통하는 듯 했다. 구위는 예전보다 떨어졌지만 큰 성적 추락은 없었다. '역시 로페즈'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 오른쪽 어깨통증이 생겼고, 5월 11일 넥센전에서는 1이닝도 던지지 못하고 내려갔다. 그리고 근 한 달간 쉬다가 어제, 마지막 등판을 한 것이었다. 아쉽지만 아름다운 마무리였다.



손가락을 꾸욱 눌러주세요~ 로그인 없어도 가능합니다.

 



(타이거즈 팬들에게는 잊을수 없는 이름 로페즈. 그가 없었으면 10번째 우승을 없었을지도. -사진: KIA 타이거즈)


로페즈의 올 시즌 성적은 평균자책점 3.86, 3승 2패. 어제 마지막 승리로 인해 한국무대에서만 32승째를 거뒀다. 그의 전성기는 2009년 KIA에서였다. 처음엔 구톰슨에 비해 주목이 적었지만 시즌 중반을 넘기면서 구톰슨에 비해 뛰어난 이닝소화능력, 거기에 성적까지 앞서며 역시 KIA표 외국인 투수라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한국 시리즈에 진출해 타이거즈의 10번째 우승, KIA로 모기업이 바뀌고 처음으로 올라가는 한국 시리즈가 그의 진정한 무대였다.

선발로서 승리를 거두었던 로페즈,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마지막 7차전에서 패색이 짙었던 상황. 투수들은 맞아나가고 타자들의 방망이는 손쉽게 돌지 않았다. 그때 투수교체가 있었고, 불펜의 문을 열고 나온 것은? 놀랍게도 로페즈였다. 며칠 전 로테이션대로 선발로 등판했었던 로페즈가 계투로 다시 나온 것이었다. KIA의 팬들은 열광했고, 그 모습을 보고 한 SK팬은 '지옥의 종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팬들이 열광한 만큼 로페즈는 위기상황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MVP는 나지완에게 돌아갔다. 끝내기 홈런이라는 임팩트가 강했던 것일까. 어쨌든 팬들은 직접 트로피와 선물까지 준비해 로페즈에게 보냈다. 그리고 3년간 KIA 유니폼을 입으며 롱런하는 외국인 선수가 되었다. 물론 일이 잘 풀리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의자왕'이라는 씁쓸한 별명이 붙기도 했었다.



(한때 의자왕이라고 불렸던 로페즈. 그가 인성이 나쁜 외국인 선수는 결코 아니었다. -사진: KIA 타이거즈)


물론 평정을 유지하지 못하고 의자나 쓰레기통을 걷어차는 행위는 좋지 못하다. 그러나 딱히 이유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경기는 잘 풀리지 않고 선수들은 실책을 연발했다. 믿지 못할 수비만큼 무서운 것은 없는 법. 그런 수비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고, 얼마 전 퇴출직전에 구제받은 앤서니 역시 수비진에 대한 문제만 아니었어도 더 나았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있다. 땅볼 유도형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내야 미들라인 수비가 엉망이니 어떻게 해볼 수가 없는 일. 그리고 한국 투수들이 비슷한 행동을 한 경우도 있는데 과연 그때도 '의자왕'이니 비난 받았는지 묻고 싶다. 외국인 선수라고 되려 편견을 가지고 본 것이 아니었을까?

로페즈가 난폭한 성격도 아니었고, 평소에 모난 짓을 하는 선수는 더더욱 아니었다. 팀에 융화되려고 노력했고 나지완에게는 신발을 김상현에게는 아이 유모차를 선물하는 모습도 보였다. 거기에 태업과는 거리가 멀었고, 불펜이 말 그대로 불(火)펜이었던 KIA 상황 때문에 최대한 오래 던지려고 노력했고 아예 선발은 선발대로 하며 마무리로까지 나왔던 진정한 선수였다. 한국야구를 무시하고 팀을 무시하는 선수가 그렇게 제 몸 태워가며 공을 던졌을지 의문이다. 되려 그런 말을 하는 전문가라는 족속들이 외국인 선수를 '한 번 쓰고 아니면 버리는' 1회용품으로 생각했을 뿐이다.

어찌되었던 로페즈는 떠난다. 그가 팬들에게 준 좋은 기억만큼 그도 한국에서 좋은 기억만 가지고 가길 빈다. 다시 한 번 한국무대에서 그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나이도 나이고 몸 상태도 문제라서 그를 다시 볼 가망성은 거의 없을 것 같다. 멕시코 리그나 독립리그에서 계속 선수생활을 할지 아니면 은퇴할지 잘은 모르겠다. 다만 내가 본 외국인 선수중에 가장 성실했고, 열정적이었으며 화려한 순간을 만들어준 넘버 1이다. 아무쪼록 타국인 한국에서 열심히 번 돈으로 오래오래 잘 살았으면 좋겠다. 굿바이, 로페즈!

[정공, shadowpitching@gmail.com]
[ⓒ정공의 활자로 읽는 야구.(
pitching@egloo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위 글에 공감하셨다면 view on을 눌러 주세요. 로그인 없이도 가능합니다.
제 블로그가 마음에 드신다면구독+를 눌러주세요.



다음뷰2


정공의 활자로 읽는 야구2

통계 위젯 (블랙)

06
27
632612

이 이글루를 링크한 사람 (블랙)

60

일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