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속 연장전. 그 악몽을 깬 KIA 타이거즈 - KIA 타이거즈

(5타수 4안타의 맹타를 휘두른 김선빈. 연장전 승리의 발판을 마련하다. -사진: KIA 타이거즈)


3연속 연장전, 이번엔 KIA가 웃었다.

9회초 지석훈의 동점 2루타가 터지며 경기가 원점으로 돌아온 상황. 거기에 9회말 마지막 타자였던 홍재호가 친 공이 힘없이 유격수 앞으로 굴러가면서 연장전으로 들어갔다. 두 경기 연속 무승부로 선수들도 팬들도 인내심도 체력도 바닥난 상황. 거기에 오늘은 어린이날이었다. 전구장 매진을 기록하며 광주구장 역시 부모들이 아이를 데리고 나들이를 온 상황. KIA는 자칫 홈구장에서 또 한 번 연장전 무승부, 혹은 패배를 기록할 기로에 놓였다.

무엇보다도 연이은 연장전으로 인해 약한 불펜진의 피로는 극에 달한 상황이었다. 거기에 이틀간 연장전 모두 무승부로 허무함만 남았다. 이 경기마저 잡지 못한다면 단순한 1무나 1패가 아닌, 헤어 나올 수없는 수렁에 빠지는 것과 같았다. 이범호가 퓨쳐스리그 경기에 나서 확실히 회복한 모습을 보이며 반격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이 경기의 승패에 따라 이범호 카드 정도로는 치유되지 않을 타격을 받을 수도 있었다.

연장 10회 라미레즈가 장기영을 2루수 앞 땅볼, 이택근을 유격수 앞 땅볼로 아웃카운트를 잡으며 숨을 돌리는 듯 했다. 하지만 박병호가 펜스를 직격하는 2루타를 때렸고, 상대하기 까다로운 강정호를 고의사구로 내보내며 위기를 맞았다. 넥센은 오윤을 대타로 내보냈고, 단 한 개의 안타로 연장전의 승리는 넥센으로 향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오윤이 친 공은 교체되어 들어온 홍재호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갔다. 호수비였다. 10회말 KIA 공격에서 선두타자 김원섭은 삼진아웃 당했지만 김선빈이 2루타를 안치홍이 고의 사구로 출루했다. 거기에 최희섭이 천금 같은 안타를 치며 만루. 안타 한 방으로 경기는 끝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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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가 가른 연장전의 승패



(타석에서는 침묵하고 있지만, 수비 하나만은 수준급인 홍재호. 연장 승부의 숨은 영웅 -사진: KIA 타이거즈)

5번 타자 신종길을 대신해 나온 것은 송산. 송산은 초구를 노려 쳤지만 3루 땅볼이었다. 10회초와 똑같이 득점하지 못하고 끝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넥센과 KIA가 다른 것이 있었다. 바로 수비였다. 땅볼을 잡은 후 주춤하며 2루에 송구 아웃, 하지만 1루로 던진 공이 바운드되며 경기는 KIA의 승리로 끝이 났다.

문제는 수비였다. 땅볼을 잡은 상황에서 지석훈이 주춤했던 것. 홈으로 송구를 하려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주자는 발 빠른 김선빈이었다. 원아웃 상황에서 굳이 홈송구를 하지 않아도 병살로 끝낼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순간의 판단미스가 패배로 이어졌다. 송구가 급박했고, 2루수 서건창 역시 서둘러 1루 송구한 공이 빠져버린 것이다. 1루 주자 최희섭은 발이 느리고 송산 역시 느린 선수. 홈을 의식치 않고 여유 있게 병살 플레이를 했다면 경기의 승패는 몰랐을 것이다.

넥센의 수비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5회초 이준호가 친 플라이 타구를 장기영이 놓친 것이 2루타가 되었다. 이어 나이트가 KIA는 윤완주의 기습번트를 잡아 1루에 악송구를 하며 선취점을 내줬다. 이런 실책의 연속으로 분위기는 KIA로 기울었고, 계속된 1사 2루 상황에서 김선빈의 중전 적시타로 다시 1점을 허용하였다.

결국 연장전에서도 통한의 실책이 나오며 패배한 넥센. 문제는 이런 패배가 단순한 1패 이상의 타격이라는 것이다. 선발진도 작년에 비해 탄탄해졌고, 조금 무게감이 떨어진다고 평가받던 불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타선이 탄탄하지는 않지만 타율에 비해 득점력이 좋다. 그에 비해 수비문제는 심각해 보인다. 매 게임 실책이 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실책이 19개로 리그 1위. 수비만 좋아진다면 리그 최고의 다크호스가 되겠지만, 단기간에 환골탈태하기란 힘들어 보인다.



단순한 땅볼 하나, KIA 대반격의 시작이 되다.



(KIA의 암흑기엔 송산이 4번 타자를 하던 시대도 있었다. 끝내기의 짜릿함을 만끽하게 해준 송산 -사진: KIA 타이거즈)

단순히 보면 내야땅볼이라는 것은 자랑할 만한 것이 아니다. 상대 수비의 실책이 아니면 대부분 아웃이 될 것이고, 아쉬움을 가지고 덕아웃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송산의 내야땅볼은 달랐다. 연이은 연장 무승부로 인해 피로가 극에 달했던 팀의 피같은 승리를 안긴 소중한 한 타석이었다. 거기에 ‘대타 연장 끝내기 내야땅볼’은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 나온 기록. 땅볼 하나로 팀의 승리도 타점도 기록도 남긴 ‘고마운’ 내야땅볼이었다.

어찌되었건 어제 승리로 KIA는 반격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4일 퓨쳐스리그에 출전한 이범호는 2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하며 죽지 않은 타격을 보였다. 아직 완전한 컨디션은 아니지만 복귀에 청신호가 들어온 상황. 이현곤 역시 1타수 1안타로 곧 1군 복귀를 할 것으로 보인다. 양현종도 완벽한 모습은 아니지만 퓨쳐스리그에서 최고 146Km/h를 기록하며 5월중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기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 선수 둘 다 믿음직스럽지 못하고, 톱타자 이용규가 여전히 헤매고 있다. 커트의 달인이었지만 지금은 헛스윙이 많아지고 있다. 거기에 여전히 외야는 답답하고 리그 최강이라고 불렸던 선발진은 힘겹게 굴러가고 있다. 분명 부상복귀자들이 힘이 되겠지만 얼마나 치고 올라갈지는 미지수다.

어찌되었건 어린이날, 홈에서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고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둔 KIA. 물론 장밋빛 희망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팀이 부진해도, 안본다 안본다 말해도 결국에는 경기장을 찾고 시간 맞춰 TV를 켜는 것이 팬 아니던가. 선수단이나 팬들이나 ‘올해는 힘들다’라며 포기하는 것보다는 희망을 가지는 게 좋지 않을까? 아직 시즌은 고작 한 달이 지났을 뿐이다.

[정공, shadowpitchi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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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xwings 2012/05/06 11:48 #

    어제는 지석훈의 삽질이었지...송산을 띄워줄 필요는 없을것 같습니다. 기아..타선이 참 답답하네요.
  • 정공 2012/05/06 11:58 #

    그렇죠 ㅎㅎㅎ 어쨌든 그 3루 땅볼로 이겼으니 좀 민망하더라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빠따가 된 지석훈에 빠따가 안되는 홍재호. 근데 수비로 명암이 갈렸네요.
    기아 타선이야 뭐 올해 이정도 무게감이구나 생각하며 보는게 편할 것 같습니다.
    이범호가 오면 좀 더 좋아지겠지만 그래도 힘겹게 시즌이 굴러갈 것 같습니다.
  • 단호한결의 2012/05/07 11:36 # 삭제

    수비의 중요성이 느껴진 한판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아가 이번 넥센전을 계기로 반등할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 정공 2012/05/07 20:31 #

    복귀선수들도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으니 아마 지금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다른 팀들도 더 내려갈 요소는 없으니 과연 얼마나 반격할 수 있을지 두고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들 이범호가 키포인트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작년처럼 타선에 드라마틱한 효과가 있을지 궁금하네요.
  • 메이즈 2012/05/12 14:44 #

    1. 넥센의 경우 전력상 한계가 명확해서 저렇게 될 거라고 예상은 했습니다. 1990년대만 해도 김성근 감독의 쌍방울에서 볼 수 있듯이 강훈련을 시켜 최소한의 수준에 이르게 한 뒤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기량으로 상당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지만 2000년대 이후 전반적인 질적 수준이 향상되면서 노력만으로는 안 되는 시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2. 기아 타이거즈의 경우 사실 지금과 같은 방법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봅니다. 어차피 없는 선수를 키워야 하는 입장이고 키우려면 팬들에게 욕을 미친듯이 얻어먹고 시즌 성적이 바닥을 기더라도 감수해야 할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선동열 감독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는 당장의 성적이 아니라 장기적인 성적 추세에 따른 평가. 즉 팀의 체질을 어떻게 개선했느냐, 선수들의 평균적인 수준이 얼마나 향상되었는가에 기준을 두어야 할 것입니다.
  • 정공 2012/05/12 16:51 #

    그래도 넥센은 지금까지 예상 이상으로 활약중이더군요. 토탈적 야구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끈끈함은 보이는 것 같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수비라고 봅이다. 뭐랄까 뒤를 걱정하지 않는 팀이다보니 과감할 때도 있고, 나름 재밌는 경기를 펼치는 것 같습니다.

    기아야 올해 부진하다고 해도 크게 걱정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부상선수 속출된 터라 쉽지 않는게 분명했고, 야구 1,2년만 하는게 아니니까요. 선동열 감독 특성상 완전히 자신이 팀을 통제하고 기반이 탄탄한 야구를 펼치길 원하는 것 같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1,2년은 기다려야 한다고 봅니다. 감독 목이 파리목숨인 상황이라서... 선감독도 기아로 온 것은 1,2년은 버틸수 있다는 것이었겠죠. 신인 기용도 좋고 내년은 더 나아질거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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