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 타이거즈 마지막 유산, 김진우가 선발로 돌아왔다. - KIA 타이거즈


역전패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은 것은 왜일까.

승패 없음. 1745일 만에 등판한 김진우가 거둔 성적이다. 결과적으로 팀은 패배하였고, 그로인해 공동 5위. 뒤에는 한화 이글스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팬들이 어제의 패배를 크게 생각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예상보다 일찍 보게 된, 김진우의 선발호투였다.

사람에게 고향이란 항상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애잔한 존재이다. KIA 팬들에게 해태시절이 그랬다. 수많은 스타 선수들이 날아다니고, 검·빨 유니폼의 강렬한 기억이 남아있는 아름다운 시절. 그리고 그랬던 팀이 모기업의 부도로 침몰하는 모습을 직접 목도했을 때의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해태시절의 마지막 1차 지명자가 바로 김진우였다.

제 2의 선동열이라고 불릴 정도로 기대를 받았고, 데뷔부터 좋은 성적을 거두며 향후 10년간 KIA의 에이스로 군림할거라 모두가 생각했다. 직구는 묵직했으며, 커브는 국내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팀이 KIA로 인수되면서 넉넉한 팀이 되었고, 김진우를 선두로 하여 타이거즈의 제 2의 전성기가 펼쳐질 것이리라. 그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모든 꿈들은 깨어지기 마련. 김진우는 방황하기 시작했고, 어느새 마운드에서 자취를 감췄다. 야심차게 새출발했던 팀 역시 차츰 하위권으로 떨어져갔다. 몇 번의 복귀시도가 있었지만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때마다 팬들은 마음속에 숨겨뒀던 희망이 차츰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으리라. 그리고 먼 길 돌아 작년, 무등구장의 마운드에 올랐고. 그때의 벅찬 감동에 이어, 자신의 자리였던 선발로 등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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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후 첫 선발등판, 과연 어땠나.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던 김진우. 부상의 이유는 스프링캠프에서 과할정도로 열심히 해서였다.- 사진: KIA 타이거즈)

올해 처음 올라선 잠실구장의 마운드에서 1회, 제구가 잘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선두타자 이대형을 볼넷으로 출루시켰고, 이어 오지환에게 중전안타를 맞고 1,3루 위기에 몰렸다. 박용택을 우익수 플라이로 잡았지만 3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와 올해 첫 실점을 하게 되었다. 이후 5회까지 무실점을 하며 무난한 투구를 보여줬다. 5회 서동욱에게 볼넷을 허용, 심광호의 희생번트가 성공하고 이어 이대형에게 적시타를 맞았다. 이어진 1사 2루 위기에서 오지환과 박용택을 모두 삼진으로 잡았지만, 본인도 아쉬운 모습이었다. 1회에 이어 볼넷이 가져온 뼈아픈 결과였다.

5회를 마무리한 후 6회부터는 진해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김진우의 총 투구수는 84개. 시합 전 구속보다는 제구에 신경 쓰겠다고 말한 만큼 직구는 140Km/h를 약간 상회하는 정도였지만, 묵직함은 여전했다. 다만 주무기인 커브가 생각보다 떨어지지 않는 모습이 아쉬웠다. 제구적으로도 나쁘지 않았고, 실패한 박경태를 대신하여 윤석민-서재응-앤써니에 이은 네 번째 선발로서 기대를 모으는 경기였다.


선동열과 제 2의 선동열 김진우


(제 2의 선동열이라고 불린 선수는 많다. 하지만 그를 넘어선 선수는 단 한명도 없다. -사진: KIA 타이거즈)

이날 아름다운 모습이 중계에 잡혔다. 김진우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일 때, 선동열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간 것이다. 여간해선 마운드에 올라가지 않는 선동열 감독이 웃으며 김진우를 다독거리는 모습은 뭔지 모를 기분이 들게 했다. 진짜 선동열과 제 2의 선동열. 해태의 전성기를 했던 인물과 해태의 마지막에 희망으로 불리었던 선수가 한 마운드에 있다는 것은 참,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작년 복귀 후 김진우의 보직은 중간계투였다. 과거 선발로서 솔리드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야구를 오래 쉬었던 현실상 중간계투부터 천천히 몸을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올해 역시 중간계투로 마운드에 오를 거라 예상했지만, 마운드의 붕괴로 인해 빠른 선발복귀로 이어졌다. 5이닝 5피안타 3탈삼진 2볼넷 2실점. 사실상 선발 합격점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과연 김진우가 다음 로테이션에도 선발로 나올 것인지, 그리고 두 번째 선발등판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된다. 김진우가 선발로서 성공 여부가 KIA로서는 4,5월을 이겨내는데에 큰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정공, shadowpitchi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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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라쿤J 2012/04/16 11:43 #

    포스로만 따지면 류현진이 선동렬을 따라잡거나 넘어설 수 있을 포스인데도 불구하고 팀이 받쳐주질 못하죠...제 2의 선동렬이 아니더라도 그의 복귀는 멋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PS. 2012년 야구는 드라마틱한 일이 많네요ㅇㅇㅋ
  • 정공 2012/04/16 12:31 #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나왔더군요 김진우가. 뭔가 돌아왔다는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얼굴이었습니다.
    기대를 크게 한 탓인지 약간 아쉽기도 했지만, 저정도면 역시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2012년 야구는 이래저래 재밌는 일들도 많고, 흥행몰이에 유리하게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 대건 2012/04/16 11:51 #

    오르락 내리락하던(사실은 거의 계속 내려가기만 한것 같지만 -_-;) 김진우선수가 이제는 다시 올라와서 자리 잡는 과정을 보면 기분 좋지요. 앞으로도 꾸준이 좋은 모습 보여주는 선수가 되길 바랍니다.
  • 정공 2012/04/16 12:33 #

    내려갈 놈은 내려간다고 해도 올라갈 놈은 또 올라가더군요 ㅎㅎ;; 개인적으로 불펜보다는 선발로 뛰어주길 바랐는데 기회가 빨리 와서 기쁘네요. 지금이야 중립적인 입장에서 프로야구를 보지만, 해태 말기의 어려웠던 시기 팬이라서 그런지 김진우에 대해서만큼은 참 애틋한 마음이 드네요.
  • tmxkeldk 2012/04/16 15:15 #

    하나만지적하겟습니다 올해 처음 김진우가 나왔던구장은 광주가아니라 잠실구장입니다^^
  • 정공 2012/04/16 15:31 #

    아 맞습니다. 감정이입해서 쓰다보니 저런 실수를;;;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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