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시즌총정리 - KIA 타이거즈 - KIA 타이거즈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이 터졌을 때, 모두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몇 초 후 잠실구장이 터질 듯 함성이 폭발했다. 모두가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었다. 누군가 ‘야구가 사람을 울릴 수 있는가’ 묻는다면 당당하게 ‘그렇다’ 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눈물이 터졌고 축포가 터졌다. 노장과 신인들이 뒤엉켜 우승을 만끽했다. 그리고 그 감동이 영원할 줄 알았다. 

(2009년 감동의 순간. 우승은 오래 걸렸지만 몰락은 금방이었다. -사진 KIA타이거즈)

2010년. 하지만 단 꿈은 오래가지 않았다. 전력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더 이상의 보강은 없었다. 우승 라인업은 2010년에도 우승을 가져올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야구 몰라요’라는 말처럼 정말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작년을 꿈꿨던 구단과 팬들은 자기 앞에 벌어진 일들에 눈을 비볐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역전패로 시작된 패배는 도미노 같았다. 설마 했던 패배는 연패가 되기 시작했다. 오늘은 끊겠지 했던 연패는 KTX 처럼 질주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우승의 꿈은 저만치 멀어져 있었다. 수백광년이나 떨어진 우승이라는 별은, 다시 다가가기엔 너무 멀었다.  

2010 BEST 

2009년 올스타전 역대 최연소 홈런에 최연소 MVP까지. 누가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했던가. 안치홍의 시작은 오히려 창대했다. 첫해 주전을 꿰차고 14홈런을 날렸다. 하지만 리그 정상급 선수가 될 거라 예상하는 사람은 없었다. 마치 장타율과 타율을 바꾼 것처럼 타율은 2할 3푼 5리밖에 되지 않았다. 소포모어 징크스의 귀신이 쓰이기 딱 좋은 선수였다. 

하지만 소포모어 징크스는 루져녀였다. 180cm가 안 되는 안치홍은 소포모어 징크스에 간택 받지 못했다. 장타율은 고작 3리가 떨어졌지만 타율은 5푼 6리나 올랐다. 그리고 수비율 역시 올랐다. 이젠 루키보다는 정상급 2루수라는 표현이 어울렸다.

 

(한남자의 시대를 지나 안남자의 시대로. 향후 10년 2루를 책임질 안치홍.- 사진 KIA타이거즈)

이용규와 아이들 시절은 지나간 줄 알았다. 작년 부상과 타격폼 변화로 인한 성적하락은 타격이 컸다. 2010년. 이용규와 아이들 시절로 성적이 돌아왔다. 여전히 수비는 준수했고 발도 빨랐다. 하지만 강점은 다른 곳에 있었다. 그는 좋지 않은 공을 여지없이 커트했다. 5,6구에서 승부를 내는 투수들로서는 미칠 노릇이었다. 10구를 넘게 커트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투수는 차라리 맞춰 보내주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했다. 상대 투수에게는 그 누구보다도 저승사자였다. 이종범과 김원섭의 노쇠화는 타이거즈에 심각한 문제를 남겼다. 하지만 빈자리는 다른 사람으로 채워지는 법이었다. 팬들로서는 화에 가서 날아다니는 강동우가 마냥 아쉬웠다. 하지만 그 대신 타이거즈의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있었다. 바로 신종길이었다. 팬들에게 신종길은 단지 과거에 반짝 사이클링 히트를 했던 선수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팬들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날아다녔다. 그에게 1루 베이스는 단지 출발점이었다. 베이스는 그에게 고속도로와 같았다. 나가기만 하면 달렸다. 그리고 팬들은 누군가를 떠올렸다. 아주 잠시지만 그의 모습에서 20대의 이종범이 보였다.  

2010 WORST 

2009년 김상현이 귀향선물로 가져온 것은 우승컵이었다. 하지만 공짜로 가져온 것이 아니었다. 우승컵과 맞바꾼 것은 무릎이었다. 시즌 내내 무릎통증으로 고생했고 성적의 하락은 당연한 것이었다. 타율이 1할이나 떨어졌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21홈런, 파워만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주전 유격수의 자리는 김선빈에게 돌아갔다. 그의 타격은 타선에 힘이 되었다. 하지만 수비는 여전했다. 시즌 내내 강정호 트레이드 루머가 돈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았다. 그에게 단순한 뜬공만 가도 팬들은 졸도 직전이었다. 김선빈 주연의 전설의 고향이었다. 타격이 안 되는 유격수는 있어도 수비가 안 되는 유격수는 있을 수 없다. 끊임없이 도는 강정호 트레이드 소문은 이장석 사장이 아닌 김선빈만이 잠재울 수 있다. 

(윤석민이 누른 지옥의 초인종. 그가 웃는 모습을 보일수록 KIA의 성적은 높아질 것이다.-KIA타이거즈)

역전패는 어느 팀에게나 있을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타이거즈에게는 달랐다. 역전패를 당한 날 윤석민은 분에 못 이겨 벽을 쳤다. 하지만 그가 친 것은 벽이 아닌 연패의 스위치였다. 선발야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던 타이거즈였다. 주춧돌이 빠지자 팬들의 눈앞에 삼풍 백화점이 펼쳐졌다. 10번의 우승을 봐온 팬들로서는 16연패는 생지옥이었다.  조범현 감독이 영웅에서 역적으로 추락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플랭카드가 걸리기 시작했다. 자신을 칭송하는 내용일줄 알고 본 플랭카드에는 어지간히 말아먹으라는 말이 써져있었다. 고유명사화 된 16연패와 함께 팬들은 구단 버스 앞으로 몰려나왔다. 사소한 다툼이 있었다. 개인차를 타고 나가던 그의 앞에도 팬들이 구름처럼 몰려왔다. 비겁하게 혼자 도망 치냐는 말이 튀어나왔다. 팬들에게 어떠한 사죄도 먹히지 않았다. 팬들에게 16연패는 결코 아물 수 없는 상처였다. 

IMPACT GAME: 7월 9일 광주·한화전. 16연패 탈출 

원래대로라면 상대는 류현진이였다. 류현진이란 이름과 연패는 술과 담배를 불렀다. LG전을 잡기위해 류현진이 미리 투입되었다. 하지만 쾌재를 부를 수만은 없었다. 그 대신 나올 투수가 바로 유원상이었다. 가을에만 불타오른다는 그의 별명은 ‘가을전어’였다. 하지만 한 팀에게만큼은 예외였다. 바로 KIA 타이거즈였다. 타이거즈를 만나는 날이 그에겐 바로 가을이었다. 팬들은 유원상에게 당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또 한 번 몸서리쳤다.  

슬픈 예감은 들어맞는 듯 했다. 3회 초 최진행의 2타점 적시타가 터졌다. 선크림 때문에 하얀 양현종의 얼굴은 더욱 창백해 보였다. 그의 이마엔 땀이 비 오듯 흘렀다. 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연패중의 타이거즈 타선은 그리 믿을만한 것이 아니었다. 3회 말 만루찬스가 왔다. 하지만 타선이 얻어준 점수는 고작 1점에 불과했다. 팬들의 탄식이 릴레이로 이어졌다.  

한국시리즈 7차전 마지막 타선 전까지, 나지완은 역적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의 손에서 우승이 결정지어졌다. 이 경기 마찬가지였다. 나지완의 성적으로는 타석이 아닌 함평이 어울렸다. 하지만 그런 부진아래 들어선 타석. ‘딱’소리가 들렸다. 팬들은 플라이를 예상했다. 하지만 공은 외야수를 지나 펜스를 훌쩍 넘었다. 동점 홈런이었다. 

그날은 기록의 날이었다. 기아의 역전의 발판을 만든 것은 이종범의 2루타였다. 단순한 2루타가 아니었다. 16연패를 깨는 2루타뿐이 아니었다. 이종범의 한·일 통산 2천 안타. 그렇게 좋은 일은 연이어 찾아왔다. 이번 시즌 작년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무너졌던 투수가 있었다. 바로 유동훈이었다. 하지만 그날만은 최고의 마무리였다.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 때 캐스터는 짧게 ‘2009년 기아 우승.’이라고 외쳤었다. 하지만 그 말에는 많은 것들이 함축되어 있었다. 이날의 승리 역시였다. 팬들에게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 솟아났다. 경기가 끝나고 수십 분이 지나도 팬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 자리에 우직이 서서 연패탈출, 승리에 환호했다. 그만큼 팬들에게는 타이거즈의 야구는 삶 그 자체였다.

2010 시즌. 그리고 그 후.  

이번 스토브시즌 역시 보강은 없었다. 하지만 작년과 같은 성적은 용납되지 않을 전망이다. 구단의 눈을 끈 FA선수는 없었지만 FA감독은 있었다. 선동렬 전 감독이었다. 전신인 해태 타이거즈의 레전드이자 실력이 입증된 감독이었다. 그의 퇴임과 함께 가장 반항이 컸던 팬들이 바로 타이거즈 팬이었다. 작년 16연패의 충격과 리그를 평정했던 해태 시절의 향수 그 자체가 바로 선동렬이었다.  

조범현 감독의 자리를 위협할 사람은 없어보였다. 우승감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승경력에 작년 2위 감독인 선동렬 감독의 퇴임은 많은 것을 시사했다. 계약기간이 남았지만 선동렬 감독 역시 계약기간이 남은 상태였다. KIA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다. 작년 16연패를 목도한 팬, 그리고 구단 역시 어중간한 성적으로는 만족시킬 수 없을 것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다는 가정하에 김진우는 언터쳐블이다. -사진 KIA타이거즈)

건강하다는 가정 하에 타이거즈의 선발진은 우수하다. 윤석민은 별다른 사고가 없는 한 수준급 선발이다. 양현종은 선발에 서재응은 프로야구에 완벽히 적응했다. 로페즈의 작년은 단지 불운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불펜투수진의 기량이 2009년으로 돌아올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타선 역시 신종길과 최훈락이 주전으로 적응하지 못하면 작년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김선빈의 뒷목 잡게 하는 수비가 계속된다면 영혼이라도 팔아서 강정호를 데려올지도 모른다. KIA 타이거즈는 향후 몇 년 안에 리빌딩이 아닌 우승이 필요하다. 언제까지나 최희섭, 김상현이 중심타선을 유지할지 모른다. 3년 후에 윤석민이 국내에 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마디로 향후 몇 년간이 우승의 적기이다. 팬들은 새 구장 개장과 함께 우승을 바란다. 2군구장의 건설과 함께 리빌딩은 시작될 것이다. 올해야 말로 조범현 감독의 명운이 달린 시즌이다. 또 한 번의 16연패가 닥칠 것인지, 아니면 해피엔딩이 이루어질 것인지는 조범현 감독에게 달려있다.  

[정공, shadowpitchi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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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흑곰 2011/01/11 19:52 #

    야구엔 카더라는 없지만... 그래도 아쉬움 묻는 시즌이였죠... ㅠㅠ)
    16연패하고도 저만큼 했으니 다행으로 삼아야할지도 모르는 시즌이긴 했지만...
    올해 투수조가 다들 기대한 만큼만 달성해주면... 나머진 타선이 시원하게 해결만 해주시길 ㅠㅠ)...
    ps. 아직도 못맞춘 퍼즐 3번타자는 김주형선수를 기대해봐야 ㅠㅠ...
  • 정공 2011/01/11 23:09 #

    사실 타선은 말 그대로 로또죠. 로또가 맞느냐 안맞느냐의 문제인데... 말 그대로 타선에서만은 나지완이 키플레이어죠. 나지완이 09년만큼만 터져줘도 나름 괜찮겠죠. 아직 김주형이 나지완을 대신할 수 있을지는 모르니까요.
  • 흑곰 2011/01/11 23:19 #

    흑 ㅠㅠ) 그래두 2010년에 상무에서 84경기 3할9리 13홈런이니깐요 ㅠㅠ...
    어차피 둘 다 로또급 타력이라면 둘 다 써보는것이 ㅠㅠ...
  • 윤슬로 2011/01/12 08:07 #

    한기주와 김진우만 잘 돌아와준다면야 투수진은 언터처블이고, 타격라인만 어떻게 잘 풀렸으면 좋겠습니다.
    조감독에겐 올시즌이 운명의 시즌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 정공 2011/02/01 23:14 #

    이범호까지 영입한 마당에... 4강에 못들거나 사건이 터지면 말 그대로 운명이 닥쳐오겠죠... 그 누구보다 올 시즌이 걱정되는 사람이 조범현 감독일 겁니다.
  • 2011/02/01 19:3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정공 2011/02/01 23:17 #

    현재 이닝 사이트 복구중에 있습니다. 중국 해커가 자꾸 건드나 보더군요.
    거기에 다른 사이트가 저희쪽에 흡수되기로 해서 이것저것 고치느라 좀 걸릴 듯 합니다^^
    사이트를 제외한 활동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네이트 펍도 계속 나가고 있구요.
    제가 운영팀이 아니라서 언제 접속이 된다 속단은 드릴수는 없어서 아쉽습니다.
    복구되면 제가 펜타토닉님 블로그에 알려드리겠습니다. 이닝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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