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이 롯데의 새 감독을 사랑하는 방법. - 롯데 자이언츠

대대로 왕을 하늘에서 점지하는 나라가 있었다. 한 왕이 사라지면 다른 왕을 하늘에서 점지하는 그런 나라였다. 어느 날 왕이 사라졌다. 백성들은 불안에 빠졌다. 곧 새로운 왕을 점지해주시겠지, 백성들은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시간이 흘러도 왕좌는 채워지지 않았다. 빈 왕좌만큼이나 백성들의 마음도 텅텅 비었다. 사라진 왕을 그리워하고 눈물을 짓는 백성들이 생겨났다. 그 불안감에 백성들은 새로운 왕에 대해 예상하기 시작했다. 타국의 왕을 하다가 망명한 사람부터 대대로 나라의 국정을 돌봤던 재상집안의 장손까지, 많은 사람들이 백성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드디어 하늘이 한 사람을 왕으로 점지해주었다. 전대의 왕이 워낙 백성들에게 신망이 높았기 때문에 새로운 왕에 대해 말들이 많았다. 사라진 왕을 그리워하는 백성과 벌써부터 반감을 가지는 백성까지. 백성들이 나라에 대한 사랑이 깊을수록 왕에 대한 반감도 커져갔다. 그리고 그 왕이 드디어 왕좌에 앉는다.

 

  집나간 개도 그리워하는데, 야구가 곧 밥이고 물인 팬들에게 3년간 함께했던 로이스터 감독은 각별할 수밖에 없다. 하위권이 자연스럽고 희망 따위는 아버지 대에 끝났던 그 시절 롯데야구, 그럼에도 마약처럼 자꾸 보게되는. 밥상을 엎고 부자가 선수단 버스를 막아서기 위해 사직으로 달려가던 그 어둠의 시절을 한 벽안의 외국인이 그 독배를 들기 위해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가을야구를 선물했고 검은 얼굴, 인종과는 상관 없이 부산 시민이나 다름 없었다.

 

  그런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못했다. 최초로 신문에 감독연임 광고를 냈던 팬들이다. 그리고 그의 빈 자리를 채워줄 감독 후보들이 입에 오르내렸다. 구단에서는 팬들을 애를 태우려는 듯 쉽사리 발표하지 않았다. 그 사이 감독후보로 오르내렸던 야구인들은 괜한 욕을 먹기도 하고 여러 팬들의 마음에 생채기가 생겼다. 이젠 지쳐 포기할 즈음, 드디어 그 자리의 주인이 발표 되었다.

 

  기대와 우려가 한 껏 정점을 찍었을 때 발표된 이름은 양승호. 고려대 감독이었다. 기다림에 지친 팬들이 이 발표에 보일 수 있는 반응은 많지 않다. 감독후보로 오르내렸던 기라성같은 스타들 대신 발표된 그의 이름은 팬들의 입장에선 너무 약소했다.


올해 연고전 전날에 만난 양승호 감독, 호인이면서도 자기 야구 철학이 확고한 분이었다.


                       

  도대체 양승호가 누구인가. 팬들은 패닉에 빠질 정도였다. 감독 경험은 LG의 감독대행, 그 경험이 다였다. 겉보기에는. 기사에 달린 댓글에 악플 아닌 것을 찾기가 더 힘들었다. 정식으로 감독취임식을 하기 전부터 그에 대한 팬들의 관심은 냉담했다.

 

  사실 팬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할지도 모른다. 사실상 재임기간중 우승 시키지 못했다고 쫒겨난 로이스터 감독이 아닌가. 그런 그 자리에 양승호 감독이라니. 롯데가 로이스터를 버린 일이 오버랩 되며 열이 받고 그의 자리가 그리 유명하지 않은 그에게 돌아갔다는 데에 분노가 터져나온 것이다.

 

하지만 이제 롯데의 감독은 양승호씨다. 달라질 수 없는 사실이다. 팬들에게는 선택권이 아닌 이해해야 하는 의무만이 남았다. 남은 것은 얼마나 이해할 수 있고 자신의 감독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아느냐가 문제이다.

 

팬들이 아는 양승호 감독은 LG 감독대행, 딱 그 정도이다. 이순철 전 감독이 퇴임하고 그 대행대자리를 권유 받았을 때 그가 구단에 물은 한 마디가 있다. 내년 우승을 원하는 것인가 몇 년간 리모델링을 원하는 것인가. 구단에서는 리모델링을 원한다고 말했고 그는 그 자리를 수락했다.

 

그는 유망주 위주로 팀을 꾸렸다. 결정적으로, 이순철 전 감독 때보다 승률도 올랐다. 팀의 미래를 책임질만한 선수들이 튀어 나왔다. 팀 자체가 시끄러울 때 잘 다독이고 팀이 쓰러지지 않게, 무엇보다도 LG에 희망이라는 단어를 선물한 사람이었다.

 

 고려대 감독 시절 역시 공공연히 존재하던 구타를 없앤 것 역시 그였다. 사실 구타 없앤 것이 뭐 대단하냐고 할 수 있지만 수십 년간 이어졌던 것을 없앴다는 것은 그만큼 과감하고 팀을 운영할 수 있다는 말이다. 사실 지금 롯데는 로이스터 감독의 부재, 코치진 퇴임과 더불어 혼란에 빠져있다. 양승호, 그가 그런 롯데 선수들을 잘 다독여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언제나 말하지만 야구는 결과론이다. 양승호 감독이 롯데에서 어떤 업적을 이루든 성적이 좋지 않으면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없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분명한 것은 양승호 감독은 각 구단의 코칭스텝 영입 1순위이었다. 그만큼 많은 구단에서 그의 지도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말이다. 사실 내 자신도 양승호 감독의 롯데행은 의외였다. 하지만 의외일 뿐 그가 자이언츠를 잘 끌고 갈 것이라는 건 확실하다. 다시 말하지만 팬들의 걱정은 이해한다. 하지만 그가 한 팀의 감독을 맡을 재목이라는 것은 내가 보증한다.

 

이제 양승호 감독은 롯데의 가족이다. 우리가 매일 덕아웃에서 볼. 승리도 패배도 모두 감당해야 할 감독이다. 지금은 그를 깎아 내리기 보단 이해하고, 그가 펼칠 차이언츠의 야구를 기대할 때다. 우리는 아직 그의 야구를 털끝만큼도 보지 못했다. 그의 야구는 이제 시작이다.



[정공, shadowpitchi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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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꺽쇠 2010/10/22 13:58 #

    저도 양감독님이 오히려 프로에서 크게 검증되지 않은분이시기에 오히려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재밌겠네요...물론 내년엔 롯데 팬으로써 똥줄은 좀 탈것같지만요....
  • 정공 2010/10/24 00:11 #

    양승호 감독 선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과연 롯데가 어떤 기준을 가지고 감독을 선임했는지에 있다고 봅니다.
    개인적인 전망으로는 올해 성적은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문제는 단기전에 약했다, 우승하지 못했다는 명분으로 로이스터와 재계약을 하지않은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하는데에 있겠죠.
  • 뇌전검황 2010/10/23 17:03 #

    흠...로감독 마음에 들었었는데.
  • 정공 2010/10/24 00:12 #

    많은 롯데팬 분들이 아쉬워 하시더군요. 3년이라는 시간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데, 참 벽안의 감독에 정주고 마음주고 사랑도 준 롯데팬들의 마음 어찌 다 헤아리겠습니까. 하지만 지금은 바뀐 감독분의 야구를 기대하고 또 성원해주는게 어떨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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