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패배, 1이닝이 가져온 엄청난 차이. - 두산 베어스

두산의 패배, 1이닝이 가져온 엄청난 차이.
 
8회 말 박한이의 역전 스리런과 함께 첫 게임은 삼성이 가져갔다. 선취점, 동점, 그리고 드라마틱한 역전홈런까지. 예매전쟁부터 시작된 플레이오프는 팬들의 열기만큼이나 ‘끝내주는’ 경기로 문을 열었다. 삼성이 선점을 얻을 때도 김동주가 동점 홈런을 날렸을 때도 양 팀의 팬들은 모두 자신의 팀이 이길거라 되뇌이고 기도했다. 하지만 박한이가 양손을 들고 베이스를 돌 때, 열광하는 팬들과 고개 숙인 팬들은 확연히 나뉘었다.
 
무엇이 승부를 갈랐나
 
홍상삼은 4회에 강판됐고 차우찬은 5회에 내려갔다. 두 선수 모두 웃는 모습으로 가볍게 마운드를 내려가지 못했다. 다음 투수에게 공을 넘기는 것은 잔루와 그 부담감마저 넘기는 것이다. 홍상삼은 차우찬보다 1회 먼저 교체됐다. 이 1회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두산과 롯데의 5차전 경기, 송승준이 조기 강판됐다. 송승준의 컨디션과 플레이오프 진출을 결정짓는 중요함, 그것이 강판을 불렀다. 물론 감독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선택이다. 하지만 그 선택의 결과는 두산의 손에 넘어간 대구행 티켓이었다. 오늘 역시 마찬가지였다. 홍상삼의 조기강판, 그리고 두산은 1차전에만 7명의 투수를 쓰고도 패배했다.
 
단 1이닝의 차이다. 단순히 보면 고작 1이닝 차이가 무슨 승부를 가르냐고 반문할 수 있다. 문제는 두산과 삼성, 이 두 팀의 불펜진의 두께다. 시즌 중 삼성의 불펜이 보여준 모습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안지만 9승 3패 9세이브 8홀드 방어율 2.74
정현욱 9승 1패 11세이브 11홀드 방어율 3.20
권혁 7승 1패 4세이브 10홀드 방어율 2.09
권오준 1승 2세이브 3홀드 방어율 3.58
 
물론 두산의 불펜 역시 나쁘지 않다. 하지만 두산은 준 플레이오프를 거쳤고 삼성은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거기에서 또 한 번의 차이가 발생했다. 불펜진에 쌓인 피로와 압박감을 고려해볼 때 홍상삼의 3회 강판으로 인해 승부의 추는 삼성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홍상삼의 강판이 불러온 것들
 
야구에 ‘만약에’라는 단어는 없다. 야구뿐만 아니라 모든 일들이 그렇다. 하지만 홍상삼의 강판이 불러온 것은 홍상삼의 이름이 적힌 피켓을 떨구고 눈물이 고인 팬만이 아니다. 물론 이 경기의 패배를 홍상삼에게 전가할 수는 없다. 상대팀의 선발과 엇비슷하게 실점을 했고
투구내용 역시 대동소이했다. 하지만 두산은 졌고 삼성은 시리즈의 승기를 잡았다. 삼성이 잡은 승기, 단순히 첫 게임을 가져갔다는 의미가 아니다.
 
두산은 불펜투수로만 6명의 투수를 소모했다. 진 게임에서 말이다. 오늘의 등판으로 인해 가용할 수 있는 투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만큼 내일 선발 히메네스에게 승패의 향방이 달려있다. 히메네스가 무너지기라도 한다면 두산은 코너에 몰리게 된다. 삼성은 투수진도 투수진이지만 타자들 역시 녹녹치 않다. 물론 야구는 정말 아무도 모른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처럼 그 누구도 승패를 단언할 수 없는 신기한 스포츠이다. 하지만 오늘의 불펜가동이 몰고 올 도미노 효과는 그리 만만치 않을 것이다.
 
불펜야구의 함정
 
불펜야구는 충분히 효과적이다. 많은 팀이 그 효과를 입증해왔다. 하지만 불펜의 투수는 한정적이다. 무한대로 뽑을 수 있는 게임의 유닛이 아니다. 그리고 최상의 투구를 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사람이 항상 컨디션이 다르듯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고 여러 가지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
불펜투수는 선발투수가 될 수 없다. 선발투수는 한 게임을 시작하는 그리고 책임지는 중압감을 이기고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다. 물론 좋은 선발투수를 가지고 제대로 로테이션이 돌아가는 야구를 하고 싶지 않은 감독은 없다. 올해 두산의 이현승 영입 역시 그런 모습의 하나다. 하지만 실패했고 결국엔 불펜야구로 돌아갔다. 그리고 오늘 무너진 불펜야구를 보여줬다.
 
이미 롯데와의 준 플레이오프에서 불펜투수를 소모했기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홍상삼을 좀 더 믿어야했다. 숫자의 야구다. 야구가 9회까지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홍상삼을 4회에 내림으로써 다른 투수가 막아야 하는 이닝은 늘어났다. 그로인해 많은 불펜투수들이 소진됐고 당장 다음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는 말들이 줄어들었다. ‘차’와 ‘포’까지는 몰라도 적어도 ‘포’는 떼고 경기를 하는 것이다.
 
야구는 모른다
 
플레이오프의 개근상을 주자면 당연 두산의 차지다. 그만큼 두산은 녹녹한 팀이 아니다. 그만큼 경험이 많고 선수층이 두꺼운 팀이다. 야구엔 투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으면 된다. 언제든 베이스를 훔칠 수 있는 빠른 선수와 잠실의 펜스를 우습게 넘길 수 있는 한 방있는 선수가 산재해있다.
 
이제 첫 경기가 끝났을 뿐이다. 승부의 추는 아직 기울지 않았다. 쥐가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이다. 김경문과 선동렬. 이 두 감독의 야구는 이제 시작이다. 오늘 졌다고 하지만 내일도 대구구장엔 팬들이 가득할 것이다. 북을 두드리고 선수를 응원하는 가지각색의 피켓들, 그리고 두 손 모아 응원팀의 승리를 기도하는 팬들까지. 이제 플레이오프는 시작이고 선수들과 팬들의 야구는 이제야 불 붙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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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공의 활자로 읽는 야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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